만4천평을단돈 천원에 팝니다.

2006. 11. 23. 14:43시사(옮겨온글)/시사,꽁트(옮긴글)

(소리전자 게시판에 조졍래님이 쓰신글을 옮겨왔음.)

 

만 4천평을 단돈 천원에 팝니다.

인터넷 00신문에 기사화되었던 제 사진 글을 이곳에 옮겨 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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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 지폐로 입장권을 구입하고 늘 하던되로(일주일에 1-2번 이상은 산책하는 코스다)
수강궁을 들어섯다.
수강궁(창경궁)은 1418년 세종이 왕위에 오르고 생존하신 상왕 태종을 위하여 지은 궁이다.


간단히 말하면 아버지의 편안한 노후를 생각하고 지은 孝子宮이다.


 



 


수강궁 솟을 문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옥천교를 만난다.


문무 대신들이 명전전(明政殿)에 들어서는 아침부터 맑고 깨끗한 옥천에 마음을 씻고 들어서라고 만들어 놓은 다리이다.


피죽,보리 개떡,수꾸뗑이 같은 것도 음식으로 치고 먹었던 조선시대에 그래도 권력의 최고 벼슬아치들이 아침 저녁으로


마을을 씻고 드나들던 정심(正心)의 다리이다.


 


이 다리를 거너면서 정승반열에 오른 분 집에 먹거리가 떨어져 식솔들이 며칠 씩 굶고 임금이 그런 궁핍한 소식을 듣고


곡식 서너가마니를 내려보낸 그런 훌융한 역사를 창출한  다리다.


 


그런대 요즈음은


칠-팔억 융자를 내어서 몇 십억을 단기 순이익을 낸 부하하나 단칼에 요절을 못내는 우물쭈물 어정쩡 시절이다.


 


단풍을 즐기려면 마음도 맑아야 하므로 세번이나 건너면서 마음을 씻어내리는데 문득 이 옥천교을


청와대 입구에 옮겨 놓았으면 하는 별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옥천교에서 곧바로 직보하면 명전전이다.


또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 욕을 볼 것 같아서 발길을  춘당지로 돌려 조금 올라가자 화살나무에 불이 붙어 있었다.


150년 세월에도 그 단풍색은 늘  변하지 않고 가을이면 어김없이 불을 태운다.


 



 


늙은 고목나무가 추운 겨울을 위하여 육신을 털어서 뿌리를 덮었다.


허리 굽은 할머니가 꿀밤을 줍고 있었다.


 


 



 


한적한 길을 따라 춘당지로 가는데...곱디고운  붉은 치마를 입은 나무처녀가 숲에서 늦가을 햇살을 퍼 담고 있었다.


 


 



 


춘당지다..


원래 이곳은 임금이 친히 농사를 짓고 그해 백성의 농사를 가름하던 곳인데..왜인들이 음양이치도 거스르고


지 멋 되로 연못을 만들었다.


그런 춘당지가 물거울에  온통 붉은 속살을 다 보여주고 있었다.



 


후원 깊숙이 서 있는 석답도 늦 가을을 흠뻑 털어내고 있었다.


빈 의자에 홀로 앉아서 커피를 한잔하고 싶은 자리이다.


 



 


설악산 단풍이 아니고 내장산 단풍도 아니지만  도심 한 복판에 이런 단풍을 보여주는 수강궁을 나는 참 좋아한다.


내 속도 어느 덧 붉어져서 욕심도 사라지고 있었다.


 



 


북한산 줄기를 타고 내려 온 여름 소낙비가 만들어 놓은 모래무지이다.


유하고 자연스런 자태인데 낙엽이 모래무지에 내려와  늦 가을 동화를 그리고 있었다.


 



 


비원 담 길이다.


낙엽이... 흙길 위로 저무는  세월을 무수히 깔아놓아  인생중중 외로운 내 발길에 어느 덧 나는 무슨 낙엽을 준비하는지


곰곰히 생각하는 길이다.


 



 


성종 태실로 올라가는 산길에 말벌 통이 매달려 있었다.


말이 서울 한 복판이지 정영 깊은 산속이다.


 


 



 


곧 겨울이 올 것이다. 수강궁 후원 숲속에 청설모도 바쁘다.


솔갈비들이 떨어져 오가는이 없다면 잠시 누워서 파란 가을 하늘을 청설모와 같이 보고 싶은 곳이다.


 


 



 


한 많은 사도세자의 영혼이 내려 온 듯이 늦가을 단풍이 집복헌(集福軒) 뒤 안에도 붉게 불타고 있었다.


 


 



 


장원급제한 사람을 불러서 소견하던 정자이다.


가을빛도 곱고 소위 글 쓰고 하던 사람들이 대좌했던 곳인지라 쪼대기 이 사람도 잠시 아픈 다리도 실 겸 정자


돌나루에 걸터 앉아 잠시 사색에 빠졌다.


  



 


문득 나도 조선시대에 태어 났다면...요즈음처럼  몇평의 아파트에 일생을 걸고 살것이 아니라


글을 깨우쳐 나랏님에 별난 시를 지어 올리고 어주 한잔이라도 얻어 마시고 싶다.



 


수강궁에서 종묘를 거쳐서 종로로 걸어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께를 부딧치며 헉헉거리며 지나가지만 종로에서 이런 단풍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의외로


드믈다.


 


15년전 오랜 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이건물 옥상에 친구와 올라서서


썩은 물  청계천을 복계하고


종묘 숲을 남산까지 복원하여야만 삼각산 정기도 남산까지 다다르고


뉴욕의 세트럴 파크보다 더 아름다운 공원을 서울 시민이 갖는다고 했었다.


 


쓰 잘 되 없는 소일로 5년을 허송하고 권좌에서 내려 올 나랏님이라면 차라리 이 아름다운 수강궁.비원.종묘 자연을


남산까지 연결한다면 후세에 그 이름이 빛나고도 남을 일이다.


 


그저 모든 것을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이 문제이지...수강궁 후원의 늦가을 단풍은 올해도 아름답게 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