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2006. 11. 24. 17:01시사(옮겨온글)/시사,꽁트(옮긴글)

아부지

새벽에 전화가 왔다.
새벽에 전화가 오면 시골 우리 아부지 전화다.
나는 새벽 전화에 늘 긴장한다.
왜야하면

“야야 뒷집 시울실 할매가 어제 밤에 돌아가셨다”

아니면

“고산형님이 어제 콩 밭에 일하시다가 쓸어졌는데...결국 죽었다...”

뭐 이런 부음전화가 많다.
고향에는 젊은이는 없고 모두 늙으신 분들이 많이 살고 계시므로 지난달에도 이런 전화로 두 번이나 고향에 내려가서 고향산천에 망자를 묻고 고향사람들과 서글픈 덜구질을 풀어놓고 왔다.

그런대 오늘 새벽에 전화는 그런 슬픈 전화는 아니고...

“야야 지게 다리가 한쪽 뿌러졌뿌렛다..”

50년 우리 아부지 등어리에서 같이 살아 온 지게도 이제 늙은 모양이다.

“언제 오노?...엔진 톱을 갖고 오면 산에 가서 지게 다리를 해 와야겠다”

엔징 톱이 고장이 나서 청계천에 수리를 맡겼다.
우리 아부지는 국졸에 순전히 땅에만 매달려 사셨고 내년에 팔순이시다.
그런대 아직도 겨울이면 지게를 지고 산에 오르시어 나무를 하고 군불을 지피시고 사신다.
8남매인지라 보일러 기름은 자식들이 보내드리지만 굳이 비싼 석유보일러를 가동하지 아니하고 나무를 해서 장작을 도끼로 패서 군불을 지피시는데..나는 아부지 건강지탱이 산에 오르내리시면서 나무를 하시고 활활 군불 지피는 것에 있다고 믿어서 굳이 말리지 아니하고 고향 갈 때마다 아부지를 차에 태우고 무쏘 차에 나무를 가득 해 오기도 한다.

일평생 삽자루 드시고 지게지고 사시지만 도회지에서 배운 우리보다 더 대쪽 같이

"사람 사는 경우"

중시하면서 사시는 분이라서 존경스럽다.

우리 아부지 일기를 적어본다.

1. 석유지름 5 섯대

7-8년 전인가?  혹심한 가뭄으로 한해 농사가 다 망쳤다.
정부에서 우리 아부지 앞으로 피해보상으로 석유 다섯 대가 배급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시골에 했다.

“아부지 석유 타러 안가시닛껴?”
“안가...”
“왜요 정부에서 주는긴데 가서 받아오시지요”
“하늘에서 비가 안 와서 농사 망친건데..정부 보고 그런 것 공짜로  달라카면 안돼지......”

2. 낙동강에 똥을 부어야 한다.

고향지방에 큰 땜이 두 개나 들어서고 늘 가을이면 안개가 뒤덮고 농사 피해도 심했다.
사과는 절기도 아닌데 미리 익고..노인들은 기관지병이 심해졌다.

그러자 땜으로 덕을 본 대구 부산 사람들에게 수도세를 더 걷어서 이 지방에 얼마간이라도
보상을 해주어야한다고 정치 나부랭이,학생 데모꾼,무슨 무슨 00환경단체(나중에 정치완장 찰려는 사람들이 다수지만) 들이 나서서 격노하고 급기야 낙동강에 똥을 부어야한다고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입에 침을 튕기면서 주장을 했다.

우리 아부지가 밥을 드시면서 텔레비전을 보시더니....

“사람 마시는 물을 갖고 저카만 안되지!”

하셨다.

3. 땅 수용.

도로가 나면서 식구 같은 논밭이 수용이 되었다.
보상 감정사들이 몇 번 오고 사진도 찍어갔다.
그리고 주민 공청회도 했다.

보상가격이 높다 낮다 당체 말이 없으셨다.
네가 아부지에게 말씀을 드렸다.

“평당 얼매 씩 처서 보상해 주는지 알아보시고 보상이 작으면 항의를 해야하니더..다른 곳에는 경운기로 길 막고 데모도 하고 야단인데...”

“그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주지 뭐.. 영 엉터리로 보상할랏꼬”

그리고 아무 말씀 하시지 않으셨다.




4. 고추 파동

여름 내내 소금 땀을 솥아 부은 고추 농사가 한마디로 가격폭락으로 버려질 판이였다.
다 팔아도 내가 충무로에서 하루 즐기는 고스톱 판돈도 아니 될 돈이다.
고추 밭을 멍하게 바라보시는 아부지가 안스러워서

‘아부지요 내 돈 드릴태니 이참에 동네 고추 다 구입하여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내년 봄에 가격이 올라가면 내다 파시더!“

그러자 아부지가 꽥 소리를 지르셨다.

“니는 외국까지 가서 배웠다하는 놈이 기껏 생각하는 심뽀가 왜 그렇노?”

다들 고추 값 폭락으로 울상인데...그 고추 싼값에 사그리 구입하여 초봄에 가격이 올라가면 되팔아 내 혼자만 배터지게 살려고 하는 그런 심보를 나무란 것이다.









끝.


끄트머리 글

그름아 구름아 하는 넘이 요 며칠 고향에 내려가서 아부지하고 겨울 지낼 뗄 나무를 하고 돌아왔다.

서울은 아파트 값이 몇 십억이다 억억 하는데 우리 고향은

석유값이 오르고 이제 시골은 다시 60년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시 온들을 넣고 집집마다 저녁이면 군불을 지펴서 마을 하늘에는 엷은 연기가 되덮었다.
며칠 전에 맡긴 엔징 톱 수리가 다 되었는지 오늘 오후에 청계천에 나가 봐야겠다.


출처: 조정래님이 소리전자 자유게시판에 올리신글을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