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돈이 아닙니다.

2006. 12. 22. 11:42시사(옮겨온글)/시사,꽁트(옮긴글)

남편은 돈이 아님니다.


40대 부부가 흰 구름이 하늘과 호수위에서 서로 대칭하듯이 둥둥 떠서 흐르는  팔당호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남편이 늘 일 때문에 바쁜 관계로 아내에게 미안해서 작정하고 나선 부부 드라이브입니다.
입으로 말하진 아니하지만 남편은 오랜만에 마누라를 태우고 유명한 냉면 집에 가서 냉면도 사리 추가로 맛있게 먹고

“여보 조금만 기다려 이번 겨울엔 밍크 옷이라도 한 벌 사줄게...”

마누라 친구들은 이미 밍크코드가 다 있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들었던 남편은 괜히 미안해서 내친 김에 차 안에서 손을 잡고 아내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그때입니다.
마주 오는 차가 기우뚱하면서 중앙선을 넘자 정면충돌을 피하려고 핸들을 팔당호로 틀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에 승용차는 팔당호로 처 박혔습니다.
차가 팔당호에 거품을 물고 풀풀 가라앉는 순간 아내는 다행으로 헤엄쳐서 나 올 수 있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이 달려오고 중앙선 침범한 차도 차를 세우고 달려 왔지만 순식간에 일어 난 일에 사람들은

“핸드폰 있는 분 119에 빨리 신고 하세욧!”

고함치며 발만 동동 굴렸습니다.
이미 차는 뒷 발통을 하늘로 치올리더니 마지막 거품을 토하면서 깊은 팔당호 아래로 가라  앉기 시작했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몇몇 사람들은 안타까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아아...큰일이네!”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보트 있는 집 없나?..보트 보트!”

소리를 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대 물에서 막 기어 나 온 아내는 물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남편을 보더니  젖은 옷차림으로 갑자기 한 백여 미터 떨어진 간이버스 정류장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구경꾼 사람들은
“부인이 어디로 가시네?”
“마누라 아니겠지요...남편이 물에 빠졌는데 마누라라면 저리 도망치겠어요?”
“혹 관계가 불륜사이가 아닐까요?!”

젖은 옷으로 달리는 여인을 보면서 다들 의아하게 한마디 씩 했습니다.
모든 도로에 다들 쌩쌩 달리는데 유독 팔당호 주변에는 아주 점잖은 주행속도를 지키는 차량들이 많은 이유는  그런 차들은 하나같이 마누라 태운 차가 아니고 애인이 탄 차들이라고 어느  코메디언의 페러디가 떠오릅니다.
그런대 한참을 숨차게 뛰어가던 그 여인은  간이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갔습니다.

“부인 우리가 벌써 119 신고했어욧!”

누군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금방 저 만치 양평 쪽에서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고 곧이어 119 차량도 왱왱거리면서 다급하게 사고현장으로 달려 왔습니다.

공중전화 박스에 도착한 아내는 화급히 전화를 들고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야 큰일 났어 ...그 보험언니에게 급히 연락 쫌 해줘!“
“왜?”
“남편이 팔당호에 빠져 죽었어..그 보험언니가 현장을 확인해야 돈 타기 쉬울 것 같아서 급히 전달하는 거야!...그 보험언니가 그랬는데 남편 사고로 죽을 경우 보험금이 1억이 넘는다고 했어! 빨리 연락 쫌 취해 줘!”

저만치 사고 현장에는 119 대원들이 잠수복을 하고 거품 떠오르는 팔당호에 마-악 들어가려고 웅성거리고 하늘엔 조금 전보다 흰 뭉게구름이 더 많아 졌습니다.


끝.

꼬랑지 쪼데기 단상:

본 이야기는 지방 소도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넌 픽션 이야기입니다만 설마? 그럴 리가 있는가? 의구심으로 그냥 메모만 해 두었던 이야기인데 일전에 모 캘럽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내들 중에 어려운 경제생활?과 보험금으로 실제로 출근하는 남편이 그날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무려 두 자리 숫자를 넘는다는 통계가 신문지상에 거론된 적이 있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까운 세태를 사는구나! 했습니다.
이아래 보험금을 타고  미소 짓는 광고풍토를 나무라시는 분들의
글을 보았는데....바람직한 지적입니다.

저는 보험을 기본적으로 싫어하니 생명보험을 들 이유도 없습니다만
참 남자로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note: 글이란 기분이 나쁘면 한 달에 한 장도  못쓰는데 요 며칠 글이 쉽게 나오는 것은
        소리전자 게시판 분위기 덕분인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비록 잘 쓰지는 못해도 투고를 하면 자주 신문기사화 됩니다만 이번 글은
        먼저 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드림니다.
        
        사진은 지난 가을 훌쩍 먼저간 고향친구 입니다.
        덜구소리(토종 달구소리 쪼매 합니다)를 저가 직접하고 눈물을 뿌렸는데.....

        죽음....원래 우리 얼은 망자를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이 죽어 뭍힐 곳이 없으면 말 한마디로 무료로 산소 쓸 곳을
        선듯 내 놓았구요..풍진세상 살다가 편히 쉬시라고 노자 돈을 드리는 아름다운
        풍습이였습니다.
        못 살던 그 옛날에는 온 동민들이 다 나와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울고불고
        이별을 했는데...이제 죽음이 돈뭉치+아내의 미소가 버젓이 광고되는 시대입니다.

 

 

출처: 소리전자 자유게시판에 작가 조정래님이 올리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