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 관리와 색화 발색의 요령(3)

2006. 11. 30. 21:03난초 기르기·화보/배양자료

6. 화통의 만들기, 기능 및 사용법

화통의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재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반투명하거나 일부 빛을 투과시키는 재질은 화통으로서는 부적격하다. 더러 일부 애란인들 중에 꽃대가 물크러지는 원인이 화통 때문에 공기가 통하지 않고 화통 속이 과습해서 그런 것이라 잘못 생각하고 통기성이 좋은 재질로 만들어 씌우거나 화통의 윗부분을 막지 않고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빛이 투과되어 색화 발색에 치명적이다. 앞서 말했듯 꽃대가 물크러지는 것은 물 주기가 잘못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통은 대개 알루미늄 호일이나 두꺼운 검은색 마분지를 많이 이용한다. 알루미늄 호일은 구하기도 쉽고 화통을 만들기도 쉬우며 열전도율과 차광율이 아주 좋아 아주 이상적인 화통의 재료다. 그러나 한란 화통은 그런 재질이 아닌 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광고지같은 종이가 가장 좋다.

화통은 한 번 만들어 씌우면 벗길 때까지 그냥 두는 게 아니라 꽃대의 성장에 따라 차츰 길고 굵은 것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춘란의 화통은 세 번쯤 크기를 달리해서 바꿔준다. 처음, 꽃대가 북돋워준 화장토 위로 올라오는 9월 초엔 길이 5cm, 지름 1.5cm 크기로 씌워줬다가 꽃대가 어느 정도 성장하는 11월 중순경이 되면 길이 10cm, 지름 2∼2.5cm 정도의 좀 큰 것으로 바꿔주고 2월 초순경 휴면기가 끝나가고 꽃이 피려는 준비를 할 때쯤 길이 15∼20cm, 지름 3cm 이상 되는 큰 것으로 바꿔주어야 꽃이 화통에 짓눌려 화형이 일그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란의 화통은 처음 꽃대가 10cm쯤 자랐을 경우 길이 50cm, 지름 10cm 정도의 화통을 씌워줬다가 꽃대가 화통 위로 올라오기 시작할 때쯤 길이 80∼100cm, 지름 20cm 정도의 굵은 것으로 바꿔주어 꽃송이가 벌어지면서 화통에 짓눌리지 않고 어두운 데서 꽃대가 쭉쭉 신장하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꽃이 피려고 꽃송이가 통통해질 때 벗겨준다. 단 풍설이나 금치, 황룡, 가구야희매, 금각 등의 황화는 꽃대가 나올 때부터 길이 50cm, 지름 10cm의 화통을 화장지 등으로 윗부분을 막아 빛을 완전 차광해 주어야 제 색깔을 낼 수 있다. 어느 정도 자라면 더 큰 화통으로 바꿔준다. 화통은 꽃이 피기 직전에 벗겨준다.

화통의 역할 내지 기능은 햇빛 차단, 꽃대에 닿는 급격한 온도변화 방지 및 건조방지 등이다. 그 중 가장 큰 역할이라면 역시 햇빛의 차광이다. 앞서 말했듯, 햇빛의 영향으로 꽃에 엽록소가 형성되면 색화의 색이 탁해질 뿐만 아니라 또 한 가지 태양열이 직접 꽃에 닿으면 표면 온도가 많이 올라가 색화를 결정하는 색소는 파괴되어 버리고 대신 엽록소가 형성되어 색화가 아닌 민춘란으로 피게 되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애란인들의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화통을 씌우면 그 자체로 없었던 색소가 형성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니다. 화통은 난꽃이 지니고 있는 본래 색소가 엽록소의 영향 때문에 탁해지지 않게 엽록소 생성을 막아줄 뿐이다. 따라서 화통을 씌우면 색이 맑고 진하게 나오되 씌우지 않아도 색이 탁하거나 연할 뿐 본래 색은 지니고 있는 꽃이어야 진정한 색화라 할 수 있다. 사실 색화 중에서 아파트 베란다같은 난실에서 키우다 보면 어떤 난은 한 해는 색이 잘 들어오다 어떤 해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민춘란으로 피는 것들도 있다. 이는 꽃대를 늦게 발견하여 화통을 늦게 씌우는 통에 엽록소가 이미 다 형성돼 버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특별히 겨울철 저온관리가 잘 안 돼 색소가 발현되지 않은 게 또 하나의 원인이다. 어쨌든 그런 난은 우수한 색화라 할 순 없다. 일본의 경우 무수한 색화들 중 그런 난들은 다 퇴출시키고 화통처리 여부에 관계없이 저온처리만 하면 탁할지언정 본래 색이 어느 정도 나타나는 난들만 대부분 등록하여 보존하고 있다. 따라서 좋은 색화의 난이란 번식도 잘 되고 꽃대도 잘 붙으며 화통을 안 씌워도 저온처리만 해주면 선천적으로 색을 발현시키는 난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춘란 홍화 여추같은 난은 그런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데다 화형과 화색마저 우수하여 정말 좋은 난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렇다면 화통은 언제 벗겨 주어야 할까? 그것은 색화별 발색법에서 함께 다루기로 하자.

 

출처:난마을 김덕수님 강의내용